[월간삶디] 초록이 다했다

시월의 초록 이야기

초록이 다했습니다. 
초록은 노랑과 빨강, 빨강과 갈색, 갈색과 회색,  
혹은 회색과 없음 그 사이로 사라지는 중입니다. 
그동안 벼리들이 써둔 글을 들여다봤습니다. 
비대면 생활을 엮느라 지나쳤던 글이었습니다. 
카페 크리킨디의 ‘바질 토마토 에이드’ 이야기, 
삶디에서 채종한 배추, 무 씨앗을 나눠 기르는 열한 명의 농사일기, 
반딧불 빛을 닮은 포스터를 내걸었던 ‘광주광역시를 향한 1.5마디’ 캠페인 후기까지.
 
글도 사진도 유난히 초록스러워 궁금했습니다. 
‘우리의 일을 색으로 말한다면 초록 아닐까.’ 
‘그런데 왜 이 계절에도 우리는 초록을 말하고 싶을까.’ 
답을 내기 전에 노리 ‘달복’이 쓴 에세이가 문득 떠오르네요. 
그녀는 땀내 나고 따가운 여름을 싫어했지만 올해 여름은 기다려지고, 
온갖 살아있는 것들을 만나 인사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달복은 생명을 마주하며 나는 살아있고 우리는 함께 있다고 느끼고 싶었겠죠. 
이번 호를 엮는 마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 꼭 같습니다.
 
여름, 혹은 초록, 또는 생명을 기다리고 
또 붙잡아두고 싶은 마음은  
다른 존재와 이어져 내 목숨을 확인하고 싶은 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존과 공존이 위태로운 시절이니까요.
 
갈빛 스며드는 시월에 
이곳의 초록 이야기를 묶어 전합니다. 
🔖덧붙임
 네 밤 자면 삶디는 네 살이 됩니다.
작년엔 1층에 모여 큰 떡에 큰 초 세 개를 꼽고
벼리, 고리, 노리 함께 촛불을 껐는데
그 날이 꿈이었는지, 오늘이 꿈인지 모르겠네요.

나흘 후에도 편지 한 통 보낼게요.
올해 삶디의 여정을 사십여 쪽에 담아 작디작은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생일을 맞아 보여드리고 싶네요.
01
세계청소년기후정의를위한행동의날
나는 광주광역시에 바란다
165명이 1.5마디를 적어 
한 날에 곳곳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생존을 바란다면 공존이 먼저입니다.
02
씨앗에서 밥상까지 
배추와 무는 잘 있대요

이모네 가게, 베란다, 학교 옥상, 무등산에서
삶디가 보낸 씨앗이 싹을 틔웠습니다.
배추벌레는 신났겠네요.
03
카페 크리킨디
여름의 맛
 

사람들이 찾는 음료와 내가 트는 음악으로

계절을 알아차리는 카페지기 송현이
처음으로 개발한 마실거리는, 
04
이달의 추천도서 
대체 어떻게 살아야하죠
일흔 넘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겨울 지나면 스물인 그대에게
가만히 들려주고 싶네요.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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