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괜찮은 한 해였습니다.
마스크 쓴 줄 모르고 음식을 입에 들이밀었다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어쨌든 꼬박꼬박 쓰고 지낸 덕에 코로나는 물론, 감기까지 막고 삽니다.
학교에서, 회사에서 칸막이 치고 밥 먹자니 처음엔 답답했습니다.
지금은 천천히 씹어 좋고 할 말 들을 말 없어 마음 고요합니다.
결혼과 장례조차 쉽지 않았지요. 축하도 위로도 어려웠지만
차려 입고 오가는 정성을 말과 글에 쏟기도 했고요.
올해 삶디는 175일 열었고, 190일 동안 닫았네요.
조용한 이곳에서 벼리들은 일의 수단 너머 목적을 되물었습니다.
이만하면 괜찮은 한 해 아닙니까.
아닌가.
집밥 질리니 배달 음식 먹고, 마트 못 가 온라인 쇼핑하니
용기며 포장재며 버릴 것들 천집니다. 분리수거장은 만날 명절 분위기.
배달하는 분들 고생도 말이 아니고요.
시내를 걸으면 ‘임대 문의’ 붙은 크고 작은 점포들이 많습니다.
들여다볼수록 시커먼 만장굴 같습니다.
폐업할 돈을 벌기 위해 알바 뛰는 사장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무대에서 코미디 하는 어떤 개그맨은 ‘관객을 보면 울 것 같다’고
화면에 대고 웃기는 신세를 탄식하던데 벼리들도 그렇습니다.
노리들 보고 맘껏 웃고 떠들던 때가 전설 같네요.
사만여 명의 확진자가 격리를 끝냈고 치료 중인 분들은 만여 명,
돌아가신 분들은 팔백여 명입니다.
생명을 숫자로 묶어 쓰려니 마음이 쓰립니다.
쓸면 쓸수록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 잘 모르겠습니다.
$%name%$ 괜찮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