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우리들의 천국


Aloha, Hawaii!

칠월 끝, 닷새 동안 우리는 먹고 기도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함께 먹고 한 목소리로 같은 기도문을 외웠고
이 땅과 하늘과 바다를 닮은 춤을 추었습니다.
 
칠천 키로미터를 날아 온 칠십의 여인과 그의 손자가
함께 했습니다. 하와이 사람들, 알로나와 쿠포노입니다.
 
그들이 말하고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외우고 추었을
그 곳의 기도와 춤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처음엔 우리가 왜 만나야하는지 어떻게 배울 수 있을지 잘 몰랐습니다.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니까요.
 
올해로 세 번째 광주를 찾는 알로나가
지난 해 오월 이 곳에 왔을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에 있든 당신은 광주 그 자체예요.”
 
내가 딛고 있는 땅, 이고 있는 하늘,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보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우리는 인류였구나. 다른 듯 다르지 않고, 떨어져있는 듯 떨어져있지 않구나.’
그래서 헤어지면서도 다시 만날 것을 알았습니다.
 
하와이 친구 알로나와 쿠포노는 따뜻했습니다.
봄볕 한가득 품어 따뜻하기 그지 없는 부드럽고 큰 돌을 닮았습니다.
 
곁을 지나는 누구나 앉아서 그것을 쓰다듬거나
스르르 누워 가만히 볼을 대보고 싶어지는 돌 말이예요.
 
그래서일까.
기도와 춤을 배우다 지칠 때면
우리는 그들 곁에 앉아 장난치고 우쿨렐레를 튕겼고 가만히 쉬다가
자연스레 다시 기도문을 외며 모였고 두 팔과 두 다리를 살랑였습니다.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눈길이라도 어설프게 주고받을까, 소리라도 함부로 섞일까, 다른 이에게 닿을까.
눈치보고 또 눈치보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살아온 우리가
얼기설기 섞여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을 만끽했습니다.
우정, 사랑, 평화라고 말하자니 무언가 성에 차지 않네요.
 
그저 우리들의 천국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날을 더할수록 우리가 사람인지 풍경인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순간 나마저 사라지는 듯 느끼기도 했고요.
 
천국은 장소인 줄 알았는데, 기억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스며든 다섯 날의 평화로움을 전합니다.


남는 건 사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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