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이었어요.
삶디는 이제 세 살이고요.
이 날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려들었습니다.
두콩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새끼줄 꼬는 법을 알려줬어요.
볏짚도 처음 만져보는데 새끼를 꼰다니, 잘 될 리가 없죠.
하릴없이 손만 비벼대는 이들에게 두콩은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한 번만 더 해봐요. 딱 한 번만.”
그랬더니 해내더랍니다.
잘 부치는 법도 있것지만 김치전의 팔 할은 김치죠.
작년에 덥석이 담근 김장김치 송송 썰어 여기서 나고 자란
당근과 부추를 넣고 기름 넉넉히 둘러 손님들과 지졌답니다.
벌레는 기타를 가르쳤어요.
잘 웃고 말수는 적은 편인데 이 날은 웃지도 않고
말은 엄청 빨랐죠. 손가락 하나하나 일러주며
기타 잡는 법을 알려준, 허덕대는 제자들을 포기하지 않던 벌레.
그리고 내게 좋은 이 곳을
다른 이에게도 알리려고 달달달 외워
돌돌 만 종이를 마이크 삼아
덜덜 떨며 손님들에게 소개했던 도리와 민블.
내가 좋아서 손 쓰고 마음 쓰다보니
누군가를 가르치는 날이 왔고
머지않아 일감을 받을 날도 오겠죠.
함께 살아낸 일천구십오일을 떠올리며,
세상의 지도에 없는 길을 내는 그대들이
놀랍고 고마워 몇 자 적었어요.
같이 걸어요,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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