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또 몇 명일까.
‘우웅’하고 울리는 전화기를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또 몇 명일까.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 동네는 아닐까.
아는 사람들에겐 별일 없나.
내 언저리 괜찮다는 짧은 안도와
시도 때도 없는 불안과 원망이 뒤섞인 채
하루가 갑니다.
태풍이 해마다 생경한 이름으로
약속처럼 찾아오듯
뜨악한 전염병도 그럴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잔뜩 골똘해져 화장실에 손 씻으러 가던 길
삶디 ‘노리방’에서 인기척을 느꼈지요.
마스크를 쓴 채 책상에 앉아
손에 착 붙는 투명 장갑을 끼고
메스와 송곳으로 고요히 무언가를 엮는
‘하루’였어요.
얼핏 의사처럼 보였죠.
아니, 의사 맞아요.
석 달째 여기서 또래들과 함께
이면지와 버린 상자 모아 공책을 엮고 있는
<종이 의사>거든요.
불쑥 몇 백 년 묵은 이 말이 귓전을 때리더군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사과나무를 심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헤아려봅니다.
일 분, 한 시간, 하루를
나의 의지에 따라 사는 진정한 자유가 느껴집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2월.
삶에 대한 의지로 무언가를 끝내고
또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오늘도 살아있다면,
사느라 참 욕보셨습니다.
01
열매를 거두는 마음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 졸업식
─
“그래도 한번도 ‘그만 둬야지’ 생각은 안했다.
싸웠다가 화해하고 미웠다가도 좋고.
무엇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이 좋았다.”
02
일을 시작하는 마음
‘송현’의 프러포즈
─
“크리킨디에서 제대로 된 일을 처음 배웠다.
쉽지 않고 자주 어려웠다.
하지만 일하는 내내 나는 늘 깨어있었다.”
03
책을 집어드는 마음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
“이들이 원한 건 ‘미래의 꿈’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생활’이었다.
날마다 반복되는 ‘평범하고 안전한 일상’ 말이다.”
04
꽃을 피우는 마음
삶디씨의 졸업캠프
─
“당신은 이 곳에서 삶디씨로 시작하여
일 년 동안 무사히 뿌리내려
한 송이 꽃이 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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