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의 고백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 앞에 서있는데.”
1992년 히트작, 드라마 <질투>의 OST 한 소절이 귓가에 맴돕니다.
화상회의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벼리(삶디 직원을 부르는 말)들은 하나같이 말했습니다.
“대체 어딜 보는지 모르겠어. 아는지 모르는지, 좋은지 싫은지 알아챌 수가 있어야지.”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저 노래가 생각났고요.
만나는 법이 바뀌고 있어요.
역병이 막 돌기 시작할 땐 아랫돌 빼서 윗돌 끼우면 될 줄 알았지만, 더 이상 아니고.
그래서 올해 삶디의 벼리들은 ‘일의 뼈대’라는 ‘벼리’의 본래 뜻처럼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중입니다.
하루짜리 수업부터 석 달 프로젝트까지 다시 틀을 짜고 있어요.
처음엔 신박한 온라인 도구를 찾고 익히는 데 정신이 없었죠.
하지만 비대면으로 만날수록 고민은 짙어졌고 회의는 숱하게 늘었어요.
그리고 맺음말은 늘 같았습니다.
“하아, 이게 맞을까.”
비대면 학습을 실험하며 일 년의 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변화를 말하지만, 끝끝내 변하지 않을 것들을 생각해봤어요.
우리는 배우고 만들고 도우며 살겠죠,
끝끝내 연결된 채로.
이번 6월부터 8월까지, 서른아홉 명의 십 대들과〈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얼굴 딱 두 번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져
나머지 여덟 번은 온라인에서 만났어요.
그리고 벼리들은 여섯 개의 프로젝트를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포스트’ 코로나까지는 몰라도
‘지금’을 해석하는 작은 힘이 생기지 않을까,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가 삐죽 보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누군가에게 쓸모 있는 기록이 되면 더 좋고요.
그나저나 눈 맞추기도 어려운데 어떻게 만났냐고요?
어느 팀은 포즈로 약속을 정했고, 다른 팀은 꼬박꼬박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대요.
이 없으면 잇몸이죠.
문제의 본질은 ‘비대면’이 아닌 듯해요.
‘제대로 만나 제대로 배우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올해의 찐이겠죠.
01
우물밖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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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일 때도 기록은 여전히 중요했다.
“노트에 기록하고 있죠?”
틈틈이, 수시로 물었다. 눈과 귀뿐만 아니라 손으로도 수업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02
세상에서가장느린식당
─
앞으로 세가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씨앗과 화분을 보내, 각자 길러 볼까? 잘 키워 식탁 위로 올릴 수 있을까?
무튼 모두가 잘 준비하면, 된다.
05
엔딩크레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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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소재는 일상에서 나오니
오늘 있었던 일들을 말로 꺼내자고 했다.
핸드폰으로 본 영상, 자기 전 했던 생각,
말도 안되는 꿈 이야기까지.
열린책방 8월의 추천도서
김미경의 리부트
─
‘언제 돌아갈 수 있을까’를 물을 때는 지났다.
심 호 흡 하 고
‘다가올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할까?’를
묻고 또 물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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