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는
[월간삶디] 354일 동안 집을 지었습니다

[월간삶디] 354일 동안 집을 지었습니다

마음씨 고운 목수들이 모여서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이웃에 마음 좋은 목수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달려와 뚝딱뚝딱 고쳐주는 솜씨 좋은 손으로 이것저것 살펴주면 좋겠다.  비 새는 지붕 틈도 찾아내고, 곰팡이 핀 벽도 말끔하게 손질하고,  찬바람 드는 벽 틈을 막아 걱정 없이 겨울도 나고,   봄이 와 외벽에 고운 색을 함께 칠해주는   만능 동네 목수가 가까이에 있다면 정말 좋겠다.”  몇 해 전 읽었던 기사 ‘솜씨 좋은 동네 목수와 함께 산다는 것’의 첫 문단입니다.  이곳, 삶디 지하 1층에는 <생활목공방>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보쳉’이라는 목수가 있지요.  목공방 한 귀퉁이에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동료들의 메시지가 빼곡한데  그것들 중 하나가 바로 저 글귀입니다.  ‘삶디 마을에 당신과 같은 동네 목수가 있어 정말 좋다’는 뜻이겠지요.  그는 오 년째 목공방에서  끌로 숟가락 깎고, 대패로 도마 밀고  톱과 망치로 책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혼자 쓰는 쪼그마한 것부터  두루 쓰는 큼지막한 물건까지,  누구나 만들어 쓸 수 있다고 사람들을 초대합니다.   삶디 층층마다 그가 만들거나 고친 것들이 수두룩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집을⋯
2020.08.04
[월간삶디] 문제 많-은 농부들

[월간삶디] 문제 많-은 농부들

근디 우리가 농부여?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여기 두 명의 농부가 있습니다. 삶디 음식공방의 ‘필라’와 ‘라라’ 그들은 사 년째 마흔 평의 밭과  열 평의 논을 가꾸는 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이라는 간판 달고 십 대 농부요리사들과 일 년짜리 프로젝트를 하면서요. 어디서 하냐면요.  이름도 찬란한 ‘황금동’에서 합니다. 광주 사람들이 너나없이 ‘시내’라 부르는 곳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자라는 채소와 곡식들은  온갖 멋쟁이 구경하고, 최신가요 들으면서 크지요.  우리가 노동요 부르며 엄지와 검지로 어린 벼를 잡고 심을 때   바로 옆 옷가게에선 손님들이 엄지와 검지로 티셔츠를 들어 올립니다. 안 어울리는데 묘하게 어울리는 풍경. 필라와 라라에게  그들의 일과 생각을 써달라 부탁하며 물었습니다.  이번 호 제목이 떠오르지 않기도 했고요. “둘은 어떤 농부야?” 답이 뜻밖입니다. “우리가 농부 맞나?” 두어 번 눈을 깜빡이던 필라가 말을 잇습니다. “십 대를 잘 만나기 위해  함께 삶의 태도와 몸을 바꾸면서  배우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어. 누군가는 목공, 누구는 음악으로 만난다면  우리는 ‘음식’을 가운데 두고 만나지. 자연스레 농사도 하고 있지만,  먹을 것으로 사람과 배움을 잇고⋯
2020.06.26
[월간삶디] 열여덟이 열여덟 밤을 자면

[월간삶디] 열여덟이 열여덟 밤을 자면

4월 15일입니다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라디오에서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의 가치를 높여줄 주거 명작” 아파트가 집주인을 찾는 소리입니다. 번쩍거리는 예배당에 울려 퍼집니다. “회개하고 구원받아 영생하라” 어떤 교회가 사람 불러들이는 소리입니다. 얼마 후면 거리에서 들을 수밖에 없겠죠. “검증된 정직한 서민의 일꾼, 머시기입니다.” 무리의 대표로 뽑아달라 핏대를 세우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집보다 내 필요로 지은 집이 ‘명작’일 테고 만들어진 신이 예언한 내일보다 내가 만든 ‘오늘’이 가치 있고 만들어진 우두머리의 헛된 약속보다 우리의 ‘외침’이 낫지 않을까요. 처음엔 분명 같이 잘 살려고 만들었을 텐데.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거야. 그렇다면 속 편하게 모르는 척하거나 손가락질하거나 등 돌리고 말까요. 아니요. 안돼요. 내가 사는 곳과 내가 믿는 신과 나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그러니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처음 약속대로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 군침 흘리며 ‘돈, 명예, 권력’을 좇는지 뚫어져라 보아야 합니다. 아니라면 멈춰 세워야 하고요. 그래야 주인이죠. 열여덟 밤 자면 국회의원 뽑는 날이로군요. 열여덟 살부터, 드디어. 국회의원은, 허공에서 말로만 맴도는 ‘정의’를 사회의 약속인 ‘법’으로⋯
2020.03.29
[월간삶디] 살아있습니다.

[월간삶디] 살아있습니다.

4월 15일입니다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라디오에서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의 가치를 높여줄 주거 명작” 아파트가 집주인을 찾는 소리입니다. 번쩍거리는 예배당에 울려 퍼집니다. “회개하고 구원받아 영생하라” 어떤 교회가 사람 불러들이는 소리입니다. 얼마 후면 거리에서 들을 수밖에 없겠죠. “검증된 정직한 서민의 일꾼, 머시기입니다.” 무리의 대표로 뽑아달라 핏대를 세우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집보다 내 필요로 지은 집이 ‘명작’일 테고 만들어진 신이 예언한 내일보다 내가 만든 ‘오늘’이 가치 있고 만들어진 우두머리의 헛된 약속보다 우리의 ‘외침’이 낫지 않을까요. 처음엔 분명 같이 잘 살려고 만들었을 텐데.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거야. 그렇다면 속 편하게 모르는 척하거나 손가락질하거나 등 돌리고 말까요. 아니요. 안돼요. 내가 사는 곳과 내가 믿는 신과 나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그러니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처음 약속대로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 군침 흘리며 ‘돈, 명예, 권력’을 좇는지 뚫어져라 보아야 합니다. 아니라면 멈춰 세워야 하고요. 그래야 주인이죠. 열여덟 밤 자면 국회의원 뽑는 날이로군요. 열여덟 살부터, 드디어. 국회의원은, 허공에서 말로만 맴도는 ‘정의’를 사회의 약속인 ‘법’으로⋯
2020.02.28
[월간삶디] 코알라의 편지 ✉️

[월간삶디] 코알라의 편지 ✉️

저 멀리서 띄웁니다 코알라의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많이 먹고 많이 벌고 싶어서 마구마구 기르고, 다르게 입으려, 불로장생하려 몰래몰래 잡아들여요.    살기 위한 땅과 집이 아닌 팔기 위한 땅과 집을 위해 산을 깎고 바다를 좁히고요.   편하니까, 싸니까, 남들도 다 그러니까 엄청 만들어 대충 쓰고 아무데나 버립니다.    인간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해요. 떠나거나 길들여지거나, 다치거나 죽거나.    만물의 영장 앞에 별 수 있나요. 얼마 전 우리는 조물주의 말을 들었습니다. 아주 낮고 깊은 목소리였어요.    “만물이 조화롭지 못하니 다시 시작해야겠어. 인간은 눈과 귀가 어둡고, 손과 발은 게으르지. 좀처럼 알아듣질 못하니, 물과 불을 쓸 수밖에.”    그리고. 태풍, 폭우, 폭설. 폭염, 가뭄, 산불, 산불, 산불. 저는 코알라입니다. 호주의 남동쪽에 살고 있어요. 당신은 정말 만물의 영장인가요. 아니면 만물에 염장을 지르는 중인가요.     기후위기모임 “안녕, 우리는 1.5도씨야” ─   지구의 기후변화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위기이기에,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합니다. 매주 금요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합니다. 일쩜오도씨⋯
2020.01.31
[월간삶디] 고마워서 쓰는 편지💌

[월간삶디] 고마워서 쓰는 편지💌

같이 걸어요, 곁에 있을게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월 간 삶 디   고마워서 쓰는 편지 친애하는  박덕화 임혜원 박성준 장 현 김하윤 조소연 신수진 최효민 진보라 황신희 이수빈 최유진 임세훈 김도영 심진우 김민호 조정민 이승일 박세연 김형민 박상철 문채은 이채연 김건헌 김서윤 이진영 홍유진 장지혜 전윤경 이민주 정수헌 심다빈 박근호 하상미 조지원 류하민 김영대 김재성 진은영 마 하 임은성 김인곤 김주리 이시우 오현주 방수연 유푸른 김은주 박태현 박수인 이해진 손준호 박시환 김효이 김아현 김주인 이강희 최용희 이채령 박채린 김다빈 강한비 이호경 조근하 배소원 이대희 임환규 우 기 원종열 최형준 최시은 최라은 이지안 정수지 정현우 임수연 송정민 김재민 정금비 유미라 김은진 김민주 최정윤 박채윤 김명희 김민서 김소능 임은희 김민중 나수인 이정희 김세연 위형택 박근하 신재현 김미리 최지민 서연우 진보미 오하은 최진화 박지훈 김양환 이한울 노현성 김 건 박병진 서혜민 박가연 박근송 고은결 이상국 조안정은 김다빈 나원빈 양지원 마준영 김지은 오하림 김세은 김지은 김민희 김수미 김효진 김진우 찰 스 해 마 빡빡이 고준서 정우성 임선화 이수미 윤경화 유형석 이효희 김정현 김정선 임민자 문정욱 김하나 이태균 김현이 이현민 임연지  이영훈 김지연 김하율 정승비 이어령 이유진 김가람 윤서희 이보람 김정란 이소연 이요셉 이민수 김진아 문현준 안은별 김다연 김태헌 정주일 김은지 정다연 김하은 정태영 이원자 김민솔 홍연희 김채경 이소민 심주현 김미순 최아름 추정노 김영현 김소연 류해민 민희진 이한결 하지연 한선미 김진아 정 린 송유미 김소연 김윤우 임아영 고영준 강예은 김수현 박찬웅 김이순 김미혜 박석만 박종배 박형주 정민석 전병훈 홍태관 오하은 정윤재 김형민 김문정 이윤진 최해진 엔 저 라 온 봉 지 시 저 규 래 웅대장 라떼양 아 라 눈썹달 그리고 이름이 없어 서운함에 몸부림 치는 당신에게 생일이었어요. 삶디는 이제 세 살이고요. 이 날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려들었습니다. 두콩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새끼줄 꼬는 법을 알려줬어요. 볏짚도 처음 만져보는데 새끼를 꼰다니, 잘 될 리가 없죠.  하릴없이 손만 비벼대는 이들에게 두콩은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한 번만 더 해봐요. 딱 한 번만.” 그랬더니 해내더랍니다. 덥석은 김치전을 부쳤어요. 잘 부치는 법도 있것지만 김치전의 팔 할은 김치죠.  작년에 덥석이 담근 김장김치 송송 썰어 여기서 나고 자란 당근과 부추를 넣고 기름 넉넉히 둘러 손님들과 지졌답니다. 벌레는 기타를 가르쳤어요. 잘 웃고⋯
2019.11.15
[월간삶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나요?

[월간삶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나요?

우리가 생일을 축하하는 방법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학교 끝나고 세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 삶디는 세상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세 시간씩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된 노리들이 <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 쓸모를 만드는 나무, 우물밖 디자인, 굿프레임, 평화로운 바느질, 내맘대로 뮤지컬 공작소, 소심한 음악 수다방까지.   서당개가 풍월마저 읊는 시간, 삼 년. 삼 년이 지났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삶디 세 돌을 맞아 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육십여 명의 노리들이 ‘배움마켓’과 ‘이야기경매’를 엽니다.   배움마켓에서 교환하는 기술은, 빼어나거나 유일무이한 기술은 아녜요. 다만 ‘시작의 기술‘이 뛰어난 십대들이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터지요.   또한 이야기경매에서는, 삶디를 애정하는 이들의 애장품이 사연 있는 두 번째 주인을 기다립니다. 돈 대신 이야기를 받고요. 아, 노리들이 직접 삶디 곳곳을 소개하기도 해요.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의  반짝반짝 ‘노리투어’   세 돌 맞아 사람을 맞이합니다. 배워서 남 주는 날, 돈 없이 오만가지를⋯
2019.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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