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너의 일기에 좋아요를 누르며
꾸우우욱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학교에서 돌아와 내 방으로 직행, 가방을 벗어 책상에 기대어놓고 옷가지를 침대에 널어두다가 이상한 낌새에 다시 책상 앞으로 갑니다. 반듯하게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서 일기장만 비죽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앗, 엄마다. 숨기는 걸 깜빡했네.’ 애독자가 대낮에 다녀갔나 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제 옛날이야기예요. ‘쪼마니’와 ‘휴지’가 쓴 글을 읽다가 옛 일이 떠올랐네요. 동료들의 후일담도 반갑지만, 노리들의 글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스치는 표정과 몇 마디 말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을 제대로 만나는 기분이 들어서요. 이래서 엄마가 제 일기를 구독하셨나 싶네요. 〈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라고, 봄과 가을마다 열리는 석 달짜리 프로젝트가 있어요. 그게 끝나면 노리와 벼리 모두 진이 빠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쪼마니와 박력분은 음식공방에, 휴지와 여치는 시각디자인방에 남았습니다. 덥고도 황홀한 여름방학에 그들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자신이 정한 과제를 마쳤습니다. 〈N개의 자기주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요. 그리고 두 편의 일기를 남겼습니다. 요리와 창업에 관심 있는 쪼마니와 박력분은 고등학생들의 경영 대회에 나갔어요. 삶디에서 스무 번 넘게 실험하며 사람들에게 맛 평가를 받았고, 버려지는 못난이 매실과⋯
202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