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리본을 달고 손을 들고 행진곡을 부르며

나는 민중이니까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중입니다.
땅과 바다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게 되는 계절이지요.
내 몸 밖의 슬픔과 고통은 한순간 내 것 같아도
이내 층을 달리합니다, 물과 기름처럼.
그래서 우리는 수시로 흔들어 깨웁니다.
세월호를 일상에서 기억하기 위해 가방에 리본을 달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월 광주를 몸통을 울려 되살리려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미얀마의 비극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세 손가락을 치켜듭니다.
우리가 자꾸 돌아보고 함께 묻지 않으면
누군가는 흐뭇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왜’를 묻는 이들에게 ‘떼’를 쓴다고 하고,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을 ‘폭도’라고,
‘돈에 눈이 멀었다’라고 손가락질할 겁니다.
4월 21일 낮 세 시쯤이었을까요.
벼리들이 삼삼오오 모여 삶디 들어오는 어귀에 봄꽃을 심었습니다.
‘금잔화, 버베나, 오스테오스펄멈’이라는 꽃이었습니다.
머릿수가 많으니 금방 하겠다 싶었는데, 웬걸.
잡초가 뒤덮고 있어서 고놈들부터 뽑아야 했습니다.
이를 앙다물고 바득바득 한 움큼씩 쥐어뜯었습니다.
땀범벅이 된 동료가 씩씩대며 물었습니다. 
 “이렇게 뽑아도 또 나겠죠?”
하늘을 향하던 엉덩이를 바닥에 털썩 붙이며 지겹다는 투로 답했습니다.
 “그럼요. 장마 지면 싹 다 올라오죠.”

말을 뱉고는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아마 4월에서 5월 사이라 그런가 봅니다.
학교에서 읽었던 시인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 때문일지도 모르고요.

바람보다 빨리 눕고 먼저 일어나 웃는 풀을 노래한 시입니다.
여기서 풀은 ‘민중’을 뜻한다고 배웠지요.
나는 민중이 아닌 줄 알고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이웃의 비극과 참사에
내가 곧 민중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면 리본을 손을 들고 행진곡을 부릅니다.

얼추 다 뽑고 꽃을 심었습니다.
나무 밑동에 잡초 더미를 툭툭 던져 모아둡니다.
축축 늘어져 누워있는 그것들에 맬겁시 미안합니다.
주억거리는 예쁜 꽃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아 공연히 밉습니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갈 때에는 이렇게 마음이 곧잘 뒤틀립니다.
01
4·16 공동체상영회
그날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거실, 교실, 밥집, 지하철에서 속보를 본 지
일곱 해가 지났지만 그거 알아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02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

7년이라는 시간은 약이었을까

영화는 마음에 모래바람을 일으켰지요.
가까스로 그것을 가라앉히고 
매운 텁텁함을 글에 눌러 담았습니다.
03
꼭 닮은 역사, 미얀마 그리고 광주
Save Myanmar
‘인형 엄마’ 엄정애 작가와 함께
아주 큰 세 손가락, ‘평화 손’을 만듭니다.
카페에선 미얀마의 ‘맹글라바 커피’를 팔고요.
04
열린책방
자존감에 휘둘리는 그대에게
‘설리반’은 학교에서 자존감 검사를 받고
점수를 들여다보며 정말 궁금했대요.
“나는 나를 아끼지 않는 사람인가?”
05
부록도 있지
내 방을 지키는 배경화면
온라인 수업, 온라인 모임, 온라인 회의.
집에서 비디오를 켜면 내 방이 다 보여요.
그래서 만들었어요, 가상 배경화면.
06삶디 마을의례
이제 우리의 마음은 하나입니다

“이 자리에서 다짐한 대로 농사짓고, 먹을 것을 해 먹겠습니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도록 한 해동안 애쓰겠습니다.”
땅 앞에서 우리는 하나의 마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4월호 <리본을 달고 손을 들고 행진곡을 부르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서울 사는 독자께서 지난달에 편지를 읽고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생각했다.”라고 하셨는데요.
함께 읽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 힘 받습니다. 당신의 조언으로 더 나은 월간삶디를 만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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