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지

아, 그마안 조옴

사람들은 끊임없이 말할 겁니다.
당신이 입술을 앙다문 채 자꾸 딴 데를 보고 몸을 뒤튼대도
그들은 아랑곳 않고 걱정과 위로랍시고 말에 말을 더하겠지요.
마치 겉모습부터 속마음까지 다 안다는 듯
잔잔한 당신의 마음에 그들은 신나게 물수제비를 띄웁니다.
“코만 좀 이쁘면 좋것다. 글고 살 좀 빼, 이제 아가씬데.”
“아따, 남자가 돼 갖고 말라서 힘이나 쓰것어?”
흠. 콧구멍 두 개로 숨 잘 쉬고,
폐 안 끼치고 내 몸뚱이 책임지고 사는데 무슨 소리람.
“바리스타 자격증? 그래, 공부 못하면 기술이라도 배워야지.”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 소설은 뭔 소설이야.”
“고등학생인데 아직도 꿈이 없으면 어찌냐. 언능 찾어.”
자격증 따려고 겁나 열심히 배웠는데 이건 공부 아닌가.
도대체 진로에 도움이 되는 책이 따로 있나.
과자 하나 고르기도 쉽지 않은데
꿈을 찾으라 하면 단박에 찾을 수 있어?
얼마 전 열세 명의 고등학생들이
주위에서 들었던 말들을 그러모아
말이 되는 말인지 되묻는 일곱 편의 글을 썼고
<십 대의 딴지>라는 제목으로 엮었어요.
원래 혼자 보다 무리 속에 있어야 편안하고
묻고 따지기보다 조용히 따르는 데 익숙하고
지식은 과식해도 지혜엔 굶주린 보통의 십 대들인데, 큰 용기를 냈죠.
나를 함부로 평가하려 드는 사람들을 향해 딴지를 걸었습니다.

평소라면 매점 한 구석, 버스 뒷자리, 카톡 창에서 중얼대다 꺼트리고 말았을 이야기들을
온갖 기운 짜내어 글로 옮긴 이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숨어 열폭하지 마요.
다시 종이와 펜을 꺼내요.
당신을 정의할 수 있는 존재는 당신뿐이잖어.
01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
일곱 개의 물음표
그 눈빛과 말들에 가슴이 쑤셨지만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지 못했어.
이젠 입을 열어야지, 내 생각은 다르다고.
02
삶디 마을의례
지구를 위해 차례를 올렸다
기후 위기로 사라지고 죽는
숱한 생명들을 기리며 상을 차렸어.
어쩌지, 다음 상을 인간이 받으면.
03
청소년 인턴십
힘을 뺌과 동시에 줘야 하는 일 
난 생활목공방 인턴, 세콜.
힘을 낼 때와 뺄 때가 언제인지
나무와 도구를 쓰며 깨닫고 있어.
04
청소년 동아리, 삶디동
역시 만나는 게 답
열한 개의 동아리가 처음 모였어.
말, 맛, 멋, 지구까지 색색깔 관심,
좋아서 들이 파는 이들의 진득한 진심.
05
온라인 독서 모임, 완독이
우리는 왜 고전을 함께 읽었는가
세상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한,
그러나 내게는 가깝고도 먼
고전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지 뭡니까.
06
열린책방
잠 못 이루는 그대에게
못 자는 게 습관이 되었거나
시간이 아까워서 졸려도 꾹 참는
귀뚜라미와 지새우는 불면의 가을밤
07
8월, 책방 옆 인디
가장 조용한 비명
인간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이
결국 인간의 삶을 헤집어놓을 때
곳곳에서 조용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지난호〈와, 이거 찐텐이다〉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찐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로군요!”라며 감탄했던 분부터
‘경력직 우대’라는 말이 서글프다며 “스팸과 일거리만 가득한 메일함에 월간삶디는 단비”라 했던 분까지
여러분들의 답장은 우리에겐 감탄을 부르는 단비랍니다. 😊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hello@samdi.or.kr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60번길 31-37 062-232-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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