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너의 일기에 좋아요를 누르며

꾸우우욱

학교에서 돌아와 내 방으로 직행,
가방을 벗어 책상에 기대어놓고
옷가지를 침대에 널어두다가
이상한 낌새에 다시 책상 앞으로 갑니다.
반듯하게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서
일기장만 비죽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앗, 엄마다. 숨기는 걸 깜빡했네.’
애독자가 대낮에 다녀갔나 봅니다.
무슨 소리냐고요?
제 옛날이야기예요.
‘쪼마니’와 ‘휴지’가 쓴 글을 읽다가 옛 일이 떠올랐네요.
동료들의 후일담도 반갑지만, 노리들의 글을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스치는 표정과 몇 마디 말로는 알 수 없는 그들을 제대로 만나는 기분이 들어서요.
이래서 엄마가 제 일기를 구독하셨나 싶네요.
〈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라고, 봄과 가을마다 열리는 석 달짜리 프로젝트가 있어요.
그게 끝나면 노리와 벼리 모두 진이 빠지기 마련이죠.
그런데 쪼마니와 박력분은 음식공방에, 휴지와 여치는 시각디자인방에 남았습니다.

덥고도 황홀한 여름방학에 그들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자신이 정한 과제를 마쳤습니다.
N개의 자기주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요.
그리고 두 편의 일기를 남겼습니다.

요리와 창업에 관심 있는 쪼마니와 박력분은 고등학생들의 경영 대회에 나갔어요.
삶디에서 스무 번 넘게 실험하며 사람들에게 맛 평가를 받았고,
버려지는 못난이 매실과 안 팔리는 우리쌀로 만든 쿠키를 고생 끝에 개발했어요.
1등 못해서 서운할 줄 알았는데, 웬걸.
“요리 실력도 좋아야겠지만, 세상을 읽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라고 다짐했습니다.

웹툰하는 휴지와 여치는 공모전 준비로 하도 그려대서
한동안 그림에서 손을 떼고 싶을 정도였는데 결과마저 시원치 않았어요.
시상식에서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자신에게 화가 났고 자신감은 바닥을 쳤대요.
‘다신 안 해’로 글이 끝나려나 싶었는데, 웬걸.
“멋진 작품을 동경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어.”라고 못을 박네요.

글에서 용기와 지혜의 냄새가 폴폴 납니다.
그들은 자신을 기꺼이 세상에 던져보는 용기와
눈앞의 결과와 내면의 성과를 따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얻은 듯해요.

아, 어디 일기 더 없나.
01
N개의 자기주도 프로젝트
요리하는 쪼마니의 일기
쪼마니는 “아직도 경영을 모르겠다”라고
고백했지만 그녀가 올여름에 해낸 일은
자기 경영이 아니었을까.
02
N개의 자기주도 프로젝트
그림 그리는 휴지의 일기
이야기로 독자를 한 번이라도 전율시키려면
작가는 수천 번을 떨어야한다.
기획안과 콘티, 외로움과 괴로움을 붙잡고.
03
청소년 인턴십
일단 끌리는 대로 해볼게요
그림과 배구에 진심인 줄 몰랐어,
카페에서 아무리 말 걸어도 미소만 짓더니.
춘이의 일기 중 이 말이 유난히 생각나.
04
9월, 책방 옆 인디
이별의 모양
떠난 이들이 남긴 이별의 모양을
남은 이들은 무시로 어루만진다.
별안간 헤어진 이들의 이야기.
05
열린책방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그대에게
“혼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길거리를 구경하기도 해요.
그땐 저를 잘 들여다볼 수 있어 좋아요.”
06삶디 마을의례
씨앗들의 향연

낫을 갈고 벼를 베어 묶어 말리고, 북 두드리고 설기떡 야무지게 먹고.
이야, 한해 잘 살았다.
지난호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지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십 대의 딴지”를 읽고, ‘당연하게 넘어가지 않고 말로 받은 상처에 대해 이유를 말하는 노리들을 보며
멋짐과 부러움이 엉켰다’, ‘십 대들의 질문에 어른들은 어찌 답할지 궁금하다’는 독자 분들의 답장을 받았어요.
꼬옥 삶디씨에게 전할게요. 당신의 조언으로 더 나은 월간삶디를 만들겠습니다. 😊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hello@samdi.or.kr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60번길 31-37 062-232-1324
수신거부 Unsubscribe

목록보기
메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