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뜨거!
언제부터였을까. 길 곳곳에 현수막으로 인사하는 분들이 많아요.
추석 잘 보내라고, 한글은 위대하다고, 수능 대박 기원한다고요.
며칠 전, 같이 출근하던 동료가 물었어요.
“저 현수막 보면 고3들은 힘이 날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단박에 답했죠.
“아닐 것 같은데. 진심 뒤에 흑심이 있잖어.”
선거를 앞둔 뭇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려고
이런저런 날을 기다려 현수막을 걸고 또 걸어요.
‘악수 나누기 어려운 시절이라 어쩔 수 없겠지.’
한편으로는 이렇게 그들의 최선을 이해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해 청소년 기후행동 동아리 ‘1.5℃ 모임’의 글을 읽었어요.
그들은 KBS 기후위기 다큐 4부작 〈붉은 지구〉를 정주행 했는데
코 앞의 위기에 무뎌진 사람들이 꼭 보면 좋겠대요.
‘쓰담’은 다큐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슬프다. 거리를 뛰어다니며 지구에 큰일 났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할까?”
“한국 대선에는 기후위기가 없다.”
그녀의 말은 징소리 같았어요. 몸을 울리더라고요.
아침에 본 거리 풍경이 난데없이 떠올랐고 망상을 했어요.
잘 보이는 데마다 쫙쫙 붙어있는 길거리 현수막에
“지구에 큰일 났다.”라고 쓰면 어떨까 하고요.
그리고 내년엔 양복 입은 대통령이 아닌
망토 두른 지구방위대를 뽑으면 어떨까 했네요.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지는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좀 뒤적이다가
1.5℃ 모임에서 추천한 다큐 예고편을 보고 있어요.
07 삶디 마을 의례
딱, 다섯 가지 장면을 꼽자면
사과 단내와 무의 풋내, 볏짚 터는 소리와 북소리,
두 개 사면 하나 깎아준다는
아홉 살 장수의 목청 터지는 소리까지.
그냥 다 좋았던 날.
지난호 〈너의 일기에 좋아요를 누르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대 독자께서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그대에게‘를 읽고 긴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혼자는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그냥 선택이죠. 나를 알고, 내게 힘을 쏟고, 재밌게 지내면 좋겠어요.”
맞아요, 우리 얼굴 펴고 어깨 펴고 재밌게 지내요. 당신의 조언으로 더 나은 월간삶디를 만들겠습니다. 😊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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