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지구에 큰일 났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할까

아뜨거!

언제부터였을까. 길 곳곳에 현수막으로 인사하는 분들이 많아요.
추석 잘 보내라고, 한글은 위대하다고, 수능 대박 기원한다고요.
며칠 전, 같이 출근하던 동료가 물었어요.
“저 현수막 보면 고3들은 힘이 날까?”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지만 단박에 답했죠.
“아닐 것 같은데. 진심 뒤에 흑심이 있잖어.”
 선거를 앞둔 뭇사람들이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려고
이런저런 날을 기다려 현수막을 걸고 또 걸어요.
‘악수 나누기 어려운 시절이라 어쩔 수 없겠지.’
한편으로는 이렇게 그들의 최선을 이해합니다.
사무실에 도착해 청소년 기후행동 동아리 ‘1.5℃ 모임’의 글을 읽었어요.
그들은 KBS 기후위기 다큐 4부작 〈붉은 지구〉를 정주행 했는데
코 앞의 위기에 무뎌진 사람들이 꼭 보면 좋겠대요.
‘쓰담’은 다큐를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슬프다. 거리를 뛰어다니며 지구에 큰일 났다고 소리라도 질러야 할까?”
“한국 대선에는 기후위기가 없다.”
그녀의 말은 징소리 같았어요. 몸을 울리더라고요.
아침에 본 거리 풍경이 난데없이 떠올랐고 망상을 했어요.
잘 보이는 데마다 쫙쫙 붙어있는 길거리 현수막에
“지구에 큰일 났다.”라고 쓰면 어떨까 하고요.
그리고 내년엔 양복 입은 대통령이 아닌
망토 두른 지구방위대를 뽑으면 어떨까 했네요.
집에 갈 시간이 가까워지는 지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좀 뒤적이다가
1.5 모임에서 추천한 다큐 예고편을 보고 있어요.
01
1.5℃ 다큐 추천

마음은 식고, 지구는 달아오르고

같이 보면 낫겠다 싶어
네 시간 동안 꼼짝 않고
불타는 지구를 목격했다.
02
소재의 일생
????!!!!
매일 입고 쓰는 옷, 가방, 신발.
무슨 소재로 누가 어떻게 만들까.
내게 왔다가 다시 어디로 떠나는 것일까??
03
알고 타자
엔진이 심장으로 보여요
모르면 돈 들고 힘들고,
알면 재미나고 힘도 난다.
나는 알고 타는 사람이다.
04
청소년 인턴십
‘나’를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쓰디쓴 스무 살.
뭔 재미, 뭔 돈으로 살까 무서웠지만
북바인딩 가르치며 책방에서 일한다.
05
책방 옆 인디
10월, 무지개빛 발자국
나를 표현해야 미덕인 세상에서,
드러내면 돌을 맞는 이들의
무지개빛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06
열린책방
아니라고 말하고픈 그대에게
웃자고 한 말에
웃을 수 없을 때가 왕왕 있다.
나만 이상한 사람인가 싶지만, 
07 삶디 마을 의례
딱, 다섯 가지 장면을 꼽자면

사과 단내와 무의 풋내, 볏짚 터는 소리와 북소리,
두 개 사면 하나 깎아준다는
아홉 살 장수의 목청 터지는 소리까지.
그냥 다 좋았던 날.
지난호 너의 일기에 좋아요를 누르며를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대 독자께서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그대에게‘를 읽고 긴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혼자는 쓸쓸하고 외로운 것이 아니라 그냥 선택이죠. 나를 알고, 내게 힘을 쏟고, 재밌게 지내면 좋겠어요.”
맞아요, 우리 얼굴 펴고 어깨 펴고 재밌게 지내요. 당신의 조언으로 더 나은 월간삶디를 만들겠습니다. 😊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hello@samdi.or.kr
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 160번길 31-37 062-232-1324

바빠서 휴지통 비울 시간도 없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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