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내 손, 네 손. 우리 손으로 할 수 있는 일

 

소금으로 푹 절인 배추에
맛깔난 양념으로 버무리고 나면,
그제야 올해 할 일 다 마쳤다고 굽혔던 허리를 편다.
올해까지만 김장하고 내년부턴 손 떼겠다고 하셨는데
매년 손 맛 가득한 김치를 내 손에 쥐어주신다.

스마트폰 하나로 못하는 게 없는 세상.
빠르게 접속하지 못한 당신은
문자로 사진 보내는 법을 내게 묻는다.
‘사진 선택해서 보낼 사람에게 전송하면 돼요’
쉽게 뱉은 말과 함께 내 손은 더딘 당신의 손을 밀어낸다.

그럼에도 당신은
고맙다며 내 손을 지긋이 잡는다.

손은 마음이 담긴 행위다.
따뜻함과 차가움, 부드러움과 거침이 당신에게 닿는다.
내 체온과 촉감이 당신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사계절 보낸 벼는 어느새 고개를 숙였다.
할 일을 마친 벼는 우리의 손을 기다렸나보다.
마음 담긴 손이 모여 올해의 추수를 마쳤다.
당신은 내 손을 잡고, 나는 당신의 손을 잡았기에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고맙다며 서로의 손을 잡았다.

 

📬월간삶디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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