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삶디] 미친 초보들에게

 

미쳐가고 있는 그대들에게 축복을
이곳엔 초보들이 득시글합니다.
내 글로 책을 만들고

내 손으로 옷을 짓고
내 땀으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난리도 아녜요.

매일 써둔 글과 버릇처럼 찍었던 사진들을 엮는데
마음은 김영하 작가, 써놓으면 영 아님.

모내기 하려고 애써 키운 어린 벼들,
주말에 깜빡했더니 다 타서 고꾸라져불고.

엄마 드릴 고무줄 치마를 태어나 첨 만드는데
삐뚤빼뚤 우글쭈글, 다시 뜯기 몇 번인지.

그런데 이 초보들 꽤 진지합니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는 초등학교 선생님 알파쿠는
엮은 책을 아이들에게 졸업 선물로 주고 싶대요. 

실과 바늘, 종이로 공책을 묶어보는 시간, 
킨은 표지에 카네이션을 수 놓아 부모님께 선물했고요.

외교관이 되고팠던 필라와

농사 필살기인 ‘쪼그려앉기’를 못하는 라라는, 농부 3년차.
직접 지은 쌀로 518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 먹었어요.

그리고,
처음 옷을 만들어보는 예화는 꼼꼼한 바느질로 칭찬을 받았는데
집에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씨익 웃었대요.

기술을 배우러 온 줄 알았는데
어색했던 나와 가까워지고 있고

갈팡질팡대다 끝날 것만 같았는데
꾸역꾸역 해내더니 스스로에게 ‘다음’을 약속합니다.

몰랐던, 혹은 애써 몰라라 했던 ‘나’라는 사람.
초보들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중입니다.
이윽고 그 곳에 미치겠지요.
 
미친 초보들을 축복합니다. 
 
초보들의 초여름
 
우리가 오월을 보내는 방법
 
우리가 친구들이랑 노는 법
 












이 편지는 삶디에 한 번이라도 발길 닿고 눈길 닿았던 소중한 삶디의 친구들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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