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는
[월간삶디] 열여덟이 열여덟 밤을 자면

[월간삶디] 열여덟이 열여덟 밤을 자면

4월 15일입니다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라디오에서 광고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의 가치를 높여줄 주거 명작” 아파트가 집주인을 찾는 소리입니다. 번쩍거리는 예배당에 울려 퍼집니다. “회개하고 구원받아 영생하라” 어떤 교회가 사람 불러들이는 소리입니다. 얼마 후면 거리에서 들을 수밖에 없겠죠. “검증된 정직한 서민의 일꾼, 머시기입니다.” 무리의 대표로 뽑아달라 핏대를 세우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만들어진 집보다 내 필요로 지은 집이 ‘명작’일 테고 만들어진 신이 예언한 내일보다 내가 만든 ‘오늘’이 가치 있고 만들어진 우두머리의 헛된 약속보다 우리의 ‘외침’이 낫지 않을까요. 처음엔 분명 같이 잘 살려고 만들었을 텐데. 어쩌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거야. 그렇다면 속 편하게 모르는 척하거나 손가락질하거나 등 돌리고 말까요. 아니요. 안돼요. 내가 사는 곳과 내가 믿는 신과 나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그러니까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처음 약속대로 ‘사람’을 향하고 있는지 군침 흘리며 ‘돈, 명예, 권력’을 좇는지 뚫어져라 보아야 합니다. 아니라면 멈춰 세워야 하고요. 그래야 주인이죠. 열여덟 밤 자면 국회의원 뽑는 날이로군요. 열여덟 살부터, 드디어. 국회의원은, 허공에서 말로만 맴도는 ‘정의’를 사회의 약속인 ‘법’으로⋯
2020.03.29
[월간삶디] 살아있습니다.

[월간삶디] 살아있습니다.

오늘은 또 몇 명일까.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우웅’하고 울리는 전화기를 들여다봅니다.   오늘은 또 몇 명일까.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 동네는 아닐까. 아는 사람들에겐 별일 없나. 내 언저리 괜찮다는 짧은 안도와 시도 때도 없는 불안과 원망이 뒤섞인 채  하루가 갑니다. 태풍이 해마다 생경한 이름으로  약속처럼 찾아오듯  뜨악한 전염병도 그럴까.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잔뜩 골똘해져 화장실에 손 씻으러 가던 길 삶디 ‘노리방’에서 인기척을 느꼈지요.  마스크를 쓴 채 책상에 앉아 손에 착 붙는 투명 장갑을 끼고  메스와 송곳으로 고요히 무언가를 엮는  ‘하루’였어요. 얼핏 의사처럼 보였죠.  아니, 의사 맞아요.  석 달째 여기서 또래들과 함께  이면지와 버린 상자 모아 공책을 엮고 있는  <종이 의사>거든요. 불쑥 몇 백 년 묵은 이 말이 귓전을 때리더군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사과나무를 심는 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헤아려봅니다. 일 분, 한 시간, 하루를 나의 의지에 따라 사는 진정한 자유가 느껴집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2월. 삶에 대한 의지로 무언가를 끝내고  또 시작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2020.02.28
[월간삶디] 코알라의 편지 ✉️

[월간삶디] 코알라의 편지 ✉️

저 멀리서 띄웁니다 코알라의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많이 먹고 많이 벌고 싶어서 마구마구 기르고, 다르게 입으려, 불로장생하려 몰래몰래 잡아들여요.    살기 위한 땅과 집이 아닌 팔기 위한 땅과 집을 위해 산을 깎고 바다를 좁히고요.   편하니까, 싸니까, 남들도 다 그러니까 엄청 만들어 대충 쓰고 아무데나 버립니다.    인간 앞에서 우리는 선택해야해요. 떠나거나 길들여지거나, 다치거나 죽거나.    만물의 영장 앞에 별 수 있나요. 얼마 전 우리는 조물주의 말을 들었습니다. 아주 낮고 깊은 목소리였어요.    “만물이 조화롭지 못하니 다시 시작해야겠어. 인간은 눈과 귀가 어둡고, 손과 발은 게으르지. 좀처럼 알아듣질 못하니, 물과 불을 쓸 수밖에.”    그리고. 태풍, 폭우, 폭설. 폭염, 가뭄, 산불, 산불, 산불. 저는 코알라입니다. 호주의 남동쪽에 살고 있어요. 당신은 정말 만물의 영장인가요. 아니면 만물에 염장을 지르는 중인가요.     기후위기모임 “안녕, 우리는 1.5도씨야” ─   지구의 기후변화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위기이기에,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함께 공부하고 실천합니다. 매주 금요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행동>을 합니다. 일쩜오도씨⋯
2020.01.31
[월간삶디] 고마워서 쓰는 편지💌

[월간삶디] 고마워서 쓰는 편지💌

같이 걸어요, 곁에 있을게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월 간 삶 디   고마워서 쓰는 편지 친애하는  박덕화 임혜원 박성준 장 현 김하윤 조소연 신수진 최효민 진보라 황신희 이수빈 최유진 임세훈 김도영 심진우 김민호 조정민 이승일 박세연 김형민 박상철 문채은 이채연 김건헌 김서윤 이진영 홍유진 장지혜 전윤경 이민주 정수헌 심다빈 박근호 하상미 조지원 류하민 김영대 김재성 진은영 마 하 임은성 김인곤 김주리 이시우 오현주 방수연 유푸른 김은주 박태현 박수인 이해진 손준호 박시환 김효이 김아현 김주인 이강희 최용희 이채령 박채린 김다빈 강한비 이호경 조근하 배소원 이대희 임환규 우 기 원종열 최형준 최시은 최라은 이지안 정수지 정현우 임수연 송정민 김재민 정금비 유미라 김은진 김민주 최정윤 박채윤 김명희 김민서 김소능 임은희 김민중 나수인 이정희 김세연 위형택 박근하 신재현 김미리 최지민 서연우 진보미 오하은 최진화 박지훈 김양환 이한울 노현성 김 건 박병진 서혜민 박가연 박근송 고은결 이상국 조안정은 김다빈 나원빈 양지원 마준영 김지은 오하림 김세은 김지은 김민희 김수미 김효진 김진우 찰 스 해 마 빡빡이 고준서 정우성 임선화 이수미 윤경화 유형석 이효희 김정현 김정선 임민자 문정욱 김하나 이태균 김현이 이현민 임연지  이영훈 김지연 김하율 정승비 이어령 이유진 김가람 윤서희 이보람 김정란 이소연 이요셉 이민수 김진아 문현준 안은별 김다연 김태헌 정주일 김은지 정다연 김하은 정태영 이원자 김민솔 홍연희 김채경 이소민 심주현 김미순 최아름 추정노 김영현 김소연 류해민 민희진 이한결 하지연 한선미 김진아 정 린 송유미 김소연 김윤우 임아영 고영준 강예은 김수현 박찬웅 김이순 김미혜 박석만 박종배 박형주 정민석 전병훈 홍태관 오하은 정윤재 김형민 김문정 이윤진 최해진 엔 저 라 온 봉 지 시 저 규 래 웅대장 라떼양 아 라 눈썹달 그리고 이름이 없어 서운함에 몸부림 치는 당신에게 생일이었어요. 삶디는 이제 세 살이고요. 이 날 우리는 서로 가르치고 배우려들었습니다. 두콩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새끼줄 꼬는 법을 알려줬어요. 볏짚도 처음 만져보는데 새끼를 꼰다니, 잘 될 리가 없죠.  하릴없이 손만 비벼대는 이들에게 두콩은 나지막히 말했습니다. “한 번만 더 해봐요. 딱 한 번만.” 그랬더니 해내더랍니다. 덥석은 김치전을 부쳤어요. 잘 부치는 법도 있것지만 김치전의 팔 할은 김치죠.  작년에 덥석이 담근 김장김치 송송 썰어 여기서 나고 자란 당근과 부추를 넣고 기름 넉넉히 둘러 손님들과 지졌답니다. 벌레는 기타를 가르쳤어요. 잘 웃고⋯
2019.11.15
[월간삶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나요?

[월간삶디]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나요?

우리가 생일을 축하하는 방법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학교 끝나고 세 시간을 나를 위해 쓸 수 있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으로부터 삼 년 전, 삶디는 세상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매주 목요일 저녁, 세 시간씩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된 노리들이 <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 쓸모를 만드는 나무, 우물밖 디자인, 굿프레임, 평화로운 바느질, 내맘대로 뮤지컬 공작소, 소심한 음악 수다방까지.   서당개가 풍월마저 읊는 시간, 삼 년. 삼 년이 지났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삶디 세 돌을 맞아 N개의 방과후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육십여 명의 노리들이 ‘배움마켓’과 ‘이야기경매’를 엽니다.   배움마켓에서 교환하는 기술은, 빼어나거나 유일무이한 기술은 아녜요. 다만 ‘시작의 기술‘이 뛰어난 십대들이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는 장터지요.   또한 이야기경매에서는, 삶디를 애정하는 이들의 애장품이 사연 있는 두 번째 주인을 기다립니다. 돈 대신 이야기를 받고요. 아, 노리들이 직접 삶디 곳곳을 소개하기도 해요.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의  반짝반짝 ‘노리투어’   세 돌 맞아 사람을 맞이합니다. 배워서 남 주는 날, 돈 없이 오만가지를⋯
2019.10.26
[월간삶디] 좋은날 전당포

[월간삶디] 좋은날 전당포

오늘을 삽니다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좋은날 전당포>가 문을 열었어. 주인이 괴짜야.  돈이나 물건엔 관심이 없어. ‘시간’만 받는대, 글쎄.   그런데 이상하단말야. 그 집 앞에 사람들이 만날 득실득실해. ‘오늘’을 맡기면, ‘좋은 날’을 준다잖아. 나도 당장 달려갔지. 주인이 내민 종이에 이렇게 써있었어. ‘재미와 의미를 묻지 말고 남들이 시키는대로 오늘을 살 것’ 바로 약속했어. 언젠가 좋은 날이 올테니까.   –   혹시  씨도 좋은 날을 기다리는 중인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날이 문득 궁금합니다. 수험생 ‘하다’에게 좋은 날은 시베리아 대륙을 달리는 기차에서 그림을 그리는 날입니다. 그래서 잠들기 전 핸드폰 대신 드로잉북을 든대요. 요리하며 살고싶은 ‘제리’에게 좋은 날은 ‘네가 옳고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응원받는 날입니다. 그래서 요리하며 살고 있는 열 명을 만나러 여행을 떠났고요. 뜨거워지는 지구와 모르는 척하는 지구인들을 걱정하는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금요일마다 학교에 가지 않아요. 스스로 파업하며 지구에 좋은 날을 바라고 있답니다. 있잖아요, ‘좋은 날’은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올 거예요. 내가 그 날을 정의하지 않으면, 오늘을 남의 뜻대로 산다면.    씨, 어서 전당포로 달려가요. 맡겨⋯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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