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읽어본 사람은 있어도,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는
[월간삶디] 미친 초보들에게

[월간삶디] 미친 초보들에게

  미쳐가고 있는 그대들에게 축복을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이곳엔 초보들이 득시글합니다. 내 글로 책을 만들고 내 손으로 옷을 짓고 내 땀으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난리도 아녜요. 매일 써둔 글과 버릇처럼 찍었던 사진들을 엮는데 마음은 김영하 작가, 써놓으면 영 아님. 모내기 하려고 애써 키운 어린 벼들, 주말에 깜빡했더니 다 타서 고꾸라져불고. 엄마 드릴 고무줄 치마를 태어나 첨 만드는데 삐뚤빼뚤 우글쭈글, 다시 뜯기 몇 번인지. 그런데 이 초보들 꽤 진지합니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쓰는 초등학교 선생님 알파쿠는 엮은 책을 아이들에게 졸업 선물로 주고 싶대요.  실과 바늘, 종이로 공책을 묶어보는 시간,  킨은 표지에 카네이션을 수 놓아 부모님께 선물했고요. 외교관이 되고팠던 필라와 농사 필살기인 ‘쪼그려앉기’를 못하는 라라는, 농부 3년차. 직접 지은 쌀로 518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 먹었어요. 그리고, 처음 옷을 만들어보는 예화는 꼼꼼한 바느질로 칭찬을 받았는데 집에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씨익 웃었대요. 기술을 배우러 온 줄 알았는데 어색했던 나와 가까워지고 있고 갈팡질팡대다 끝날 것만 같았는데 꾸역꾸역 해내더니 스스로에게 ‘다음’을 약속합니다. 몰랐던, 혹은 애써 몰라라⋯
2019.06.21
[월간삶디] 어쩌다 모델하우스

[월간삶디] 어쩌다 모델하우스

흙내 폴폴, 노란 사월 많이들 오십니다.  전라도, 충청도, 경상도에 있는 무슨무슨 센터, 도서관, 교육청에서 자주 찾아옵니다.  쓰는 이 중심으로 공간을 바꾸기 위해 ‘영감’을 얻고 싶다고요.  그 중에서도 ‘학교’가 단골입니다.  며칠 전 중학생 사십 여 명이 다녀갔습니다.  학교에 ‘학생자치실’을 만들기 전,  삶디에서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했어요.  물어보았습니다. 학교를 바꾸겠다는 이들이 궁금했어요.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왔어요?”  해맑게 웃으며 한 여학생이 말합니다.  “간부들이에요.”  순간 놀랐고, 멈칫했습니다.  그녀가 다시 ‘우리는 임원’이라 말했습니다.  아마 못 알아들은 줄 알았나봅니다.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말은 생각의 집이라고 하는데  학교를 리모델링하기 전에  말부터 리모델링해야하지 않을까.  교장, 교감, 주임, 교사, 학생, 반장, 부반장, 주번, 그리고 24번이  교가, 교훈, 교복, 조회, OO고사, 생활기록부, 야간자율학습이라는 일상으로  몇학년 몇반, 교무실, 급식실, 무슨 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계급말고 이름을 부르면,  기능보다 바람을 담으면,  선생님 말 잘 듣고, 학생님 말도 잘 들으면  학교가 ‘양계장’이나 ‘감옥’으로 놀림 받지 않을 텐데.  꿰뚫어볼 곳은 삶디가 아니라  바로 우리 학교 아닐까요.     _흙내 폴폴, 노란 사월에 삶디 씀_ 혹시 편지가 잘⋯
2019.04.17
[월간삶디] 어떤 환상

[월간삶디] 어떤 환상

여기, 어쩌면 누군가의 환상일지도. 시내는 환상적입니다.  없는 게 없어요.  시험 끝나고, 월급 타고, 생일에  시내 한번쯤은 들러줘야죠.  시내는 환상을 팝니다.  “이걸 바르면 예뻐진대.”  “테레비에 나온 맛집이야.”  “남들도 다 사는데 나도 사야지.”  삶디는 시내에 있습니다.  어쩌면 이곳도 환상을 말하고 있진 않을까.  얼마 전,  알 수 없는 분이 쪽지를 남겼습니다.   ‘겉으로는 자유롭지만 무례하고 실속 없고 가식적임.’  바를수록 어려진다더니 바를수록 나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는 비싼 화장품처럼  말만, 모습만 그럴싸한 곳이었나 한참 생각했습니다.  그 분께 말하고 싶습니다.  삶디는 환상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데 있다고 말하고,  다르다면서 별로 다르지 않으니까요.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소리도, 움직임도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환상은 너무도 쉽게 깨어지고 무너집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그래도 기대해야합니다.  그것은 삶디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당신과 세상에 대한 기대입니다.  함께 바라고 믿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거짓된 환상은 가식이지만,  간절한 환상은 함께 꾸는 꿈입니다.  혹시 이 편지가 잘 안보이시나요? 하루하루 나아지고 싶은 당신을 기다립니다. 바. 로. 지. 금. ─ (~3월 12일)  3기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  삶디와 광주와 나를 알고픈 16~19세 청소년⋯
2019.03.13
[월간삶디] 무모하게 안전하게

[월간삶디] 무모하게 안전하게

12월 맺음달 소식 안녕하세요. 이번 월간삶디는 긴 인사로 시작합니다.  1년을 돌아보는 맺음달이라 12월 삶디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분주했거든요. 토요일마다 활동을 공유하는 크고 작은 자리가 열렸고, 축하를 나누는 손님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자, 수다쟁이 친구처럼 소식 보따리 풀어볼게요. (😬굵은 글씨들을 클릭해보세요. 링크가 숨겨져 있거든요)   11월에서 12월로 넘어오는 사이는 <김장캠프>가 칠일 밤낮을 꽉 채웠습니다. 목요일마다 밤을 잊고 삶디를 꽉 채운 <N개의 방과후>가 그간의 크고 작은 성과를 쇼케이스 자리에서 나눴습니다. 금요일마다 살림공방에 모여 우쿨렐레를 튕기던 생활음악동아리 <우케켜게>는 44주 라는 긴 만남을 자축했어요. 삶디 1층을 잔잔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카페 크리킨디>의 청소년 작은 일자리도 애플 시나몬과 클래식 다크를 선보이며 떨리는 발표를 마쳤습니다. 생활목공방에서는 대학생이나 하는 줄 알았던 <생태건축> 활동이 모형 만들기를 끝으로 무사히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내년에는 정말 집을 짓게 될까요? 1년 동안 학교와 삶디를 오고 가며, “학생”이 하루 시간 중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학교를 “학생”이 스스로 바꿔 본 <학교공간활기 프로젝트>는 마치 졸업식하는 기분으로 작업을 마쳤어요. 토요일도 일요일도 삶디에 바쁘게 손을 보태던 <청소년운영위원회 삶디씨>는 “그렇게 씨앗은⋯
2018.12.31
[월간삶디] 삶바시바삶

[월간삶디] 삶바시바삶

  두 돌, 고맙습니다 두 살 된 삶디가  보고있어도 보고 싶은 노리들을 초대하여 안부를 묻고, 서로를 축복하며,  음식을 나눴어요.  삶디는 청소년을 ‘노리’라 부릅니다.  그들은, 자기 시간을 마음껏 누리며 밑도 끝도 없이 놀아야 하는 인류니까요. 생일잔치 이름은 ‘삶바시바삶’으로 정했어요. 맛깔나게 읽어보세요. 히히. 삶디를 바꾸는 시간, 그리고 그대의 시간을 바꾸는 삶디를 줄였지요. 어른들만 말하고,  그 말을 듣는 시간은 많을테니  두 돌 생일엔 노리들이 먼저 말할 시간을 만들었어요.     –   생각해보니 생일은 그런 날이었어요. 살면서는 잘 찾지 않던 질문이 갑자기 솟는 그런 날이요.   난 어디서 왔을까?   자신의 시간을 찾고, 생기를 회복해서 자립을 실험하는 노리들, 그들을 맞이하려 삶디는 왔나봅니다.   정답은 몰라도 마음은 알겠어요. 삶디는 노리들이, 그리고 이 소식을 열어보는 여러분이,  정말 고마워요.   “삶바시바삶” 크게 따라 읽어보세요. 그리고 영상으로 함께 해요! [노리들이 했던 말] 11월 3일, 노리들이 하나씩 모여 텐트를 찾아왔어요. 고민은 분야를 넘어 진로, 우정, 연애, 뷰티… 끝이 없었어요. 쌓이던 이야기들은 사진을 누르면 열려요!  [삶디씨, 돌아본 생일잔치] 파티는 끝났지만, 끝날 때까지는⋯
2018.12.02
[월간삶디] 꿈의 미래

[월간삶디] 꿈의 미래

저는 잠들어 있을 때 나타나요. 그런데 눈꺼풀 자락에 매달려 봐도, 눈을 떠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순간, 저는 사라져버려요. 그런 저를 붙잡거나 의미를 해석하려고 사람들은 애를 써요.  저는 이런 곳에도 나타나요. 가슴이 뜨거운 사람의 펄펄 끓는 어린 마음에 들어앉아 여름이고 겨울이고 저는 자라요. 저를 자꾸만 기억하고, 자주 꺼내보면 저는 하루 사이에도 엄청나게 커질 수 있어요.   하지만 “꿈만 꾸면 뭐 먹고 사니?”,  “꿈이 밥 먹여주니?”,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지…” 이런 말을 들으면 금세 쪼그라들고 말아요. 더는 보이지 않을 만큼요. 저는 이렇게 사라지는 걸까요? 현실적인 삶이란 건 정말 제가 없어도 괜찮은 걸까요? 현실과 저는 그렇게 상관없는 걸까요? 지금 시대에 저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느닷없이 저를 호출하는 곳이라면 나타날 거예요. 주쓰처럼, 토종벼처럼요. 또 사각 네모진 학교를 바꾸는 곳에도, 옥류관 평양냉면을 직접 먹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요. 사람들은 저를 “꿈”이라고 불러요.   #01. 꿈이 뭐냐고 묻자, 부끄러웠다.  어느 날,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이 찾아갔던 곳에서 주쓰는 이런 일기를 썼다고 해요. 감자빵도 피자도, 담백한 차도 맛있어서 좋았지만 주쓰의 마음에 울림을 줬던⋯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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